'100대 명산 헌책방 만화책 중앙시장'에 해당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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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2016.03.28 21:16

 일요일(2016228) 아침 10시쯤 서대산(충남 금산군 추부면) 입구에 도착하여 막 산행 길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

볼에 스친 차가움에 손바닥이 뺨에서 위로 향했다. 아이들도 일제히 고개를 기역자로 젖혔다.

아침부터 날이 흐리다 했더니만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오후 3시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일찌감치 나섰건만 비구름은 우리를 앞질러 있었다.

 

대둔산, 계룡산 그리고 지난주 도명산(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이어 네 번째 산행이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가 볼 심산으로 가족이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처음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우비를 준비하지 못했으니 우산이라도 쓰고 가볼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목숨 걸고 시작한 일도 아닌데 뭐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라는 답이 돌아왔다.

 

 

집으로 그냥 갈까?”

아니요! 중앙시장 헌책방 가요.”

 

비도 오겠다 집에 가서 밀린 잠이나 실컷 자며 푹 쉬고 싶은 남편의 조심스럽고도 간절함이 묻어난 물음에 초등학교 5학년 정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을 뺀다. 이때 3학년인 둘째 현규 눈이 빛났다.

~ 저번에 비 올 때 갔던... 만화책 샀던 곳이죠? 보물찾기하는 책방 맞죠?”

 

우리 집 헌책방 나들이는 20145월에 우연히 시작되었다.

아직도 만화를 좋아하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한참 만화에 빠져있는 아들들에게 헌책방에 가면 책을 아주 싸게 많이 살 수 있다고 귀띔한 것이다.

만화책을 제외하곤 책 사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나는 한 가지 꾀를 내어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책을 열 권 읽을 때마다 사고 싶은 만화책 신간을 사주고 있었다. 남편이 보기에 만화방에 가면 쌓아놓고 실컷 읽을 수 있는 시리즈 만화를 공들여 한권씩 아껴가며 보고 있는 자식들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일까 (만화방은 거의 사라졌으니) 헌책방 이야기를 꺼냈다.

 

암튼 맘에 안 들었지만 잘만 고르면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뜻밖의 횡재를 기대하고 덩달아 나도 따라 나섰다.

옛 기억을 더듬던 남편은 대전 중앙시장 통에 즐비했던 헌책방을 생각해냈다. 시장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나오니 바로 근처에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두 군데나 남아있었다. 책방가득 발 디딜 틈도 없이 책이 쌓여 밖으로까지 삐져나와 길을 덮고 있었다.

만화책은 천오백 원, 나머진 전부 이천 원, 다 읽고 되가져오면 오백 원을 내주신다고 말씀하시는 책방 아저씨의 넉넉한 웃음에 각자 한 아름씩 책을 사들고 나왔던 기억이다.

그날 시장 통을 돌며 처음으로 지팡이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허름한 가게에 들어가 즉석에서 튀겨주는 옛날통닭도 배불리 먹었다. 이것저것 저녁 찬거리를 사며 장흥정하는 재미도 흥겨웠다.

 

그리곤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그때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통닭이 먹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이른 봄비에 흙냄새와 함께 고작 열두 살, 열 살에게 책내음이 묻어났던 모양이다.

맞다. 그 날도 비가 조금씩 내렸다. 오늘처럼 말이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놀 수 없는 비 오는 날엔 뜨듯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낄낄거리며 만화책을 보는 것이 최고라며 이미 중앙시장으로 출발한 차 안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나누고 있었다.

 

그 책이 거긴 있을까?

토지, 태백산맥, 삼국지... 도서관에 늘 1,2권만 없어서 시작도 못한 책이었다(다~ 읽었다는 이 책들을 나는 아직도 읽지 못했다. 오래된 책이라 새 책을 사긴 아까워 사지도 못했다).

이번 아이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다짐했다. 이번 방학은 도서관에서 살아보자.

문학작품도 많이 읽고, 인문학 책 필사도 하면서 글 색깔을 탈바꿈해 보자며...

그러고 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블로그도 기사 글도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런데 책읽기도, 필사도 글쓰기도 여전히 멈춤상태다. 2월 말이니 겨울방학은 끝났고 봄방학조차 끝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좋을까?

다행히 토지 1,2권을 구할 수 있었다.

~ 베껴 쓰기 시작!!!

난 잘 할 수 있다.

Posted by 백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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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오는날은 저도 콕입니다^^

    책을 봐야 하는데..항상 마음만 앞섭니다..요즘은..

    2016.03.29 09: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좋네요. 사는 이야기...
    비오는 날.... 글쎄요. 역시 책을 보면 머리에 더 속속 들어올 것 같은데요.ㅎ

    2016.03.30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