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교육2017.03.31 06:00

 풀꽃이름이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혁신학교 2년차인 세종의 가장 작은 학교, 자연과 함께 한 전원학교이니 74명 아이들이 모두가 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수식어는 작년 스포츠클럽대회(티볼)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작은 기적의 학교랍니다.

 

 

  6학년인 큰 아이 정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티볼에 미쳐서 티볼 우승을 최고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전국 우승까지 달리고 싶지만 홈런타자 지명이 형이 올 2월에 졸업하는 바람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었습니다. 4학년 작은 아이 현규는 올해 간신히 후보등록을 했습니다. 5학년은 되어야 하지만 정식 선수명단에 오르는 것이 간절한 희망입니다. 그래서 두 형제는 3월 내내 온몸이 알배어있습니다. 중간놀이는 물론이고, 스포츠, 토요 스포츠 시간뿐만 아니라 엄마가 데리러 오기 직전(아직 학교버스가 없어요)까지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가장 큰 적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티볼 사랑은 끝나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자나 깨나 홈런 연구입니다. 물론 책, 동영상은 이미 섭렵했습니다.

 

 

 수왕초등학교(정확하게 학교교육과정)에 미쳐있는 엄마가 뭘 도와야 하나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6학년에 남자아이가 한 명 전학 왔으면 좋겠어요.”

 학년에 한 반, 열 두명 정원에서 6학년만 현재 열 한명입니다. 딱 한 자리 비어있는 그 유일한 자리가 계속 아쉬웠나 봅니다. 안 될 게 있나요? 그래서 엄마가 나섰습니다.

 교육과정 설명회 때 받은 ‘2017년 수왕교육과정을 차에 갖고 다니며 큰 아이는 어느 학교에 다녀요?’라고 묻는 엄마라면 누구든 붙잡고 거품 물며 설명을 해댑니다. 첫 페이지 나를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는 행복한 수왕교육의 비전으로 시작해서 여기가 바로 아이가 행복한, 그래서 학부모가 더 행복한 학교다운 학교다로 끝나는데 20분은 족히 걸립니다.

 

 “~ 그런 학교가 있어요?”

 “어머! 참 좋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낯빛은 어느새 흐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중학교가서는 어떻게 적응하지요? 혁신 중학교, 혁신 고등학교, 혁신 대학교를 보낼 순 없잖아요? 이제 6학년인데 학습적인 부분도 신경을 좀 써야 하지 않나요? 그렇게 매일 늦게(1640) 끝나면 공부(학원)는 언제 하지요? 걱정스럽지 않으세요?”

 물정모르는 엄마는 또다시 민주적인 학교운영으로 민주시민교육에 앞장서는 선생님들 자랑으로 다시 기를 몰아가지만 이미 남의 떡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방법을 달리해 공개 모집이라도 할 셈이냐고요? 못 할 것도 없지만 틀렸습니다.

 세종시 교육청에서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실현하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육생태계)’ 활성화 힘쓰고 있습니다.

 

 1기 거버넌스(‘협치’) 연수를 시작으로 50명의 세종교육시민회구성, 현재 60명의 마을교사(지역의 전문직업인이나, 장애인들이 학교 교과수업을 비롯한 체험학습이나, 자유학기제를 위하여 학교나 지역의 배움터에서 협력수업에 참여하는 지역시민), 14곳의 마을학교(학교 밖 마을에서 학생과 교직원 및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배움과 돌봄의 공간), 마을배움터(학생 또는 지역주민들의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나, 다양한 배움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작은 도서관, 복합커뮤니티를 활용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 교육봉사자(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하여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교육활동의 참여와 나눔으로 실천하는 세종시민-놀이 자원봉사자, 길잡이 교사 등)를 들어 보셨나요? 참여와 나눔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배움과 돌봄으로 풍요로운 공간에서 소통과 협력으로 촘촘한 을 걸으며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마을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수왕초등학교는 세종교육청의 야심찬 거대담론의 꿈을 이미 이룬 곳입니다. 그 원동력은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들이 하나 되어 가정, 학교, 지역사회와 더불어 말없이 학교를 품어주는 자연(나무, , , , 외양간 등)이 어우러져 교육구성원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운영에 있습니다. 수왕교육의 기본방향은 민주적인 학교운영, 삶이 곧 배움인 교육과정, 자율성과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단 한명의 아이들, 단 한명의 학부모, 단 한명이 교직원도 소외되지 않으며 더불어 살고 더불어 책임지는 생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혁신부장 이원기선생님 말씀).

 

 정규, 현규가 청소년증(9세 이상 만 18세 이하 청소년의 신분확인, 우대 제공 등을 위해 만들어진 증명카드)을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 지갑에 끼워 넣었습니다. 처음 발급받은 사진 넣은 이 두 아이의 어깨를 한 번 쫙~ 펴게 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름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청소년시기에 과연 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교육은 기다림이라고 했으니까요.

 

 공동체의 힘은 강합니다. 그러니 학부모의 힘도 셉니다. 먼저 나설 수도 있고 뭔가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입니다. 지지와 격려, 칭찬입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나서야 합니다. , ,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학부모 공동체이니까요. 다 만들어 놓고 손짓하다간, 이게 필요하다고 들이밀다간, 배움의 주체가 달아난 껍질만 남습니다. 뭐든 미쳐봐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결국엔 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힘을 길러야 합니다.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둬야(Let it be) 합니다.

 

 요즘 정규와 현규는 또다시 장기에 미쳐있습니다. 남편은 집에서도 쉴 수 없다며 즐거운 타박을 합니다. 입차 메시지를 듣자마자 장기 알을 서로 빼앗아 들고는 아빠를 마중하는 것도 모자라 휴대용 장기까지 늘 지니고 다니니까요. 이젠 미세먼지 나쁨도 적이 아닌 동지가 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 저랑 장기 한판 둬 주실래요?”

 6학년 챔피언 정규가 할아버지 장기는 무서워도 너네는 오 분이면 끝낸다며 덤비신 담임선생님을 이기고 교장실로 향했습니다.

 “정규야~ 이를 어쩌냐? 교장선생님이 아직 그걸 못 배웠네. 하하하!!!”

 머쓱해진 정규는 주말을 기다려 할아버지 댁에 갈 날을 세고 있습니다.

 

 

 이래도 안 오시겠어요? 호호호!!!

 

                                                                                                                                                            글) 3기 학부모기자(맘씨들) 백순주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