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교육2015.09.30 06:00

첫번째 이야기


가을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쌀쌀한 아침이다. 집근처 학교에 맘씨들 학교탐방팀이 방문한다기에 지원군으로 따라 나섰다.

 

2-(3). 무소유

 

학습목표 : 문학작품을 감상하며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다양한 삶을 알 수 있다.

 

무소유

                                         법정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19319월 런던에서 열린 제 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 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 내 분수로는 그렇다.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까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등학교 국어한철우외).


 

 

종촌고등학교 1학년 국어 공개수업시간이다.

김대건 선생님은 수필에는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어떻게 드러날까?’라는 질문으로 법정스님의 무소유(無所有)’ 단원을 시작했다.

 

생각 열기는 학습동기를 유발한다. 질문의 힘을 선생님은 아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학생들 머릿속에 수업 내내 머무를 것이다.

 

토론논제 :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식 토론을 하기로 정했다.

논제제시 찬성측 *입론 반대측 입론 찬성측 확인 심문 - <작전회의> - 찬성측 반론- 반대측 반론- 찬성측 반론- 반대측 반론- 찬성측 반론- 반대측 반론- <작전회의> -반대측 최종발언 찬성측 최종발언 사회자 마무리로 진행된다.

 

찬성측은 입론에서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이 아닌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자라고 말했다.

반대측 입론은 소유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 의식주에 대한 욕구, 또한 소유를 통한 경쟁 활동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잠시 스치듯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어때, 아직도 무서워 보는 게 소원인가?”

담 큰 서방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

고운 아내가 생기니 남이 넘볼까 무섭고, 귀한 자식 놈이 생기는 행여 아플까 무섭다네.”

 

그 때 갑자기 바스락! 대문 밖에서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어.

화적 떼가 왔군! 화적 떼가 왔어! 건넛마을 김부자네도 털었다는데 기어이 우리 집에도 왔구나. 여봐라, 누구 없느냐!”

 

담 큰 서방은 허둥지둥 머슴들을 깨우러 달려갔어. 얼마나 놀랐는지 버선 바람으로 말이야. 도깨비가 담 밖을 내다보니 똥개 한 마리가 자기를 보곤 깨갱깽깽 기절초풍해서 달아나겠지(삼백이의 칠일장2, 천효정문학동네, p.97).

 

무섭다는 게 뭔지 진짜진짜 궁금한 총각은 겁이 나서 오들오들 떨어 보는 게 평생소원일 지경이었다. 어느 날 도깨비가 나타나 총각에게 제안을 한다.

 

당장 재물 많고 어여쁜 처자에게 장가를 들도록 하시오. 그러면 무서운 게 뭔지 알게 될 것이요.”

 

총각은 도깨비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물 많고 어여쁜 처자와 혼인하는 거랑 무서운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냔 말이다.

어느덧 십 년이 훌쩍 지나 달이 휘영청 밝은 밤, 담 큰 총각 아니 담 큰 서방은 툇마루에 앉아서 수심에 잠겨 있었다. 그 때 홀연히 도깨비가 또 나타나 물었던 것이다.

 

무소유의 삶! 가질수록 근심이 커지고 두려움이 앞선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해서 실천해야 할까?


잠시 김 선생님(국어)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공개 수업하는 날 면 티셔츠 차림이라니...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걸까. 아님 유독 젊으신 선생님들이  많은 세종시 학교의 자유스러움일까.



*마하트마 간디 : 인도의 정치가이자 민족 운동 지도자. 1차 세계대전 후 무저항·불복종·비폭력·비협력주의를 통한 독립운동을 지도 하였다. ‘마하트마(Mahatma)’는 큰 성인(大聖)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입론 : 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입론은 앞으로 하게 될 반론의 기초가 되고 최종 반론단계의 토대가 된다. 입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정을 받기도 하고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입론에서는 1)주제에 대한 해석 및 소개, 2)주제에 포함된 핵심어휘의 정리, 3)주장에 대한 찬반 주장의 포인트를 제시한다. 입론은 심판과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명확하고 조리 있고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