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문학2015.09.28 06:00

큰 아이 정규가 3학년 때 일이다.

매월 1일과 15일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 과학동아'에서 전국독후감 대회광고를 내게 보였다. 거기에 글을 출품해 보겠단다.

 

무슨 바람일까 싶었는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얼마 전 방학숙제로 체험활동상을 탔는데 으레 타는 상이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방학 내내 내가 하는 일이 아이들 체험학습 예약해서 다녀와 스크랩 해두는 일이니까 그건 내 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엄마 상중에서 뭐가 젤 높아요?”

내 표정이 시큰둥하니 놀랄만한 상을 묻는 질문이다.

~~~ 교육감상? 아님 아빠처럼 장관상 정도? 이왕이면 대통령상? 호호.”

그럼 그게 아니지. 반기문 사무총장 상이지요. 세계의 대통령이니까. 하하

 

후보 20여권의 책 중에서 세 권을 골라냈다. 그 중에 <삼백이의 칠일장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라는 책이 있었다.

그러나 정규의 간택은 <신고해도 되나요?>라는 동화책으로 원고지 8매를 써서 우편발송했다.  정규가 노린 것은 1등 '문화체육부 장관상'이었으리라

우리부부는 아들 독후감을 읽고 또 읽으면 무한반복 칭찬을 해주고 결과에 상관없이 최고의 상(1000)보다 많은 상금(4000)을 내렸다. 역시 결과는 상관없이 끝났지만 정규의 새로운 도전은 갸륵했다. 날 닮아 끼가 보인다. 글재주 말이다. 


그 후 삼백이는 작은 아이 현규가 애지중지하는 책이 되었다. 읽고 또 읽어달라고 졸랐다. 현규는 형과는 달리 내가 읽어줘야 겨우 듣는 아이건만 혼자도 읽고 잘 때도 읽고 틈만 나면 내게 들이밀었다. 그래도 재밌다고 키득거렸다. 얼마나 귀여운지... 솔직히 가끔 지겹고 귀찮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 작가 천효정님을 만나게 되었다. 세종시 글쓰기 모임 열매문학에 초청되었다. 우리 모임 간사이자 <보물섬의 비밀>의 저자 유우석 선생님의 대학후배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야기 한 톨이라는 모임도 하고 있는... 세상이 그래서 좁다.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라는 글을 미리 보내주셨다. 참 찬찬하시다.

 

"저는 강연에 앞서 여러분에게 질문의 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무의미한 강연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질문하고 답하면서 대화하고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질문은 모든 것을 시작하게 만드는 첫번째 행동입니다. 도로시 리즈는 그녀의 저서 질문의 7가지 힘에서 질문의 효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첫째,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옵니다. 따라서 질문을 할 때는 ", "아니오" 같은 단답형의 폐쇄적인 질문보다는 개방형 질문이 좋습니다.


둘째, 질문을 하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누군지를 알려면 내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좀 더 논리적이고 적절하고 대답이 가능한 질문을 상대방에게 던집니다.


셋째, 질문을 하면 이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고 기회를 놓칠 수 있으며,다른 사람을 오해하고,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막연한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이 좋습니다.


넷째, 질문을 하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하면 스스로가 변화됩니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면 감정조절이 되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어떠한 급박한 상황을 진정되게 합니다.


다섯째,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질문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질문은 경청하게 합니다. 질문을 주고 받다보면 서로 교감의 기회가 생깁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듣고, 두뇌(머리)로 듣고, 가슴(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일곱째,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설득이 됩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고, 무언가를 깨닫고, 기억하게 하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가족, 친구 간에도 우리는 굳이 질문하지 않고, 마음대로 규정짓거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은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과 배려, 주체성과 자존감을 배우게 합니다. 무엇보다 관계 안에서의 소통이 잘 되게 해줍니다.

 

이번 강연에서 저는 여러분 모두와 한 번 이상의 질문과 답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면 제가 굳이 이 먼 곳까지 직접 와서 서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하십시오."



글은 주로 언제 쓰세요?”

써 놓았던 글을 블로그에 올리려면 한 번쯤 수정(때론 여러 번)을 하는데 남편은 처음 감동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보여 지는 글을 쓸 때 꼭 지키는 나만의 소신이 있나요?”

작가 선생님으로서 내 반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해 주는 것이 있나요?”

 

나의 질문이다. '질문의 힘'을 나도 믿는다. '왜?'라는 질문이 사고의 출발점이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의문이 사라지니 묻지 않는다. 그게 참 안타까웠는데 천효정 작가를 만나 유쾌한 대화가 두 시간을 넘겼다.


마지막으로 우리 현규!

그렇게 읽어대던 책이 이사 오면서(2) 사라졌다. 기억날 때마다 찾다 포기했는데 저자 사인을 받는다고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어느새 8개월이 지났건만...


저는 땡땡초등학교 가람반 안현규입니다. ‘삼백이의 칠일장에서 말 귀신이야기(담 큰 총각 여기 있소이다)가 젤 재미있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 작가님에게 건넨 말이다.

맞다. 말 귀신이야기는 현규가 스티커를 붙여두고 읽던 대목이다.




이 말에 천효정 작가가 감동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이야로 젤 처음에 훅~ 써버린 '말 귀신이야기'를 기억해 줘서고맙다며 자신의 두 손을 가슴으로 모았다

그 고마움이 뭔가를 아는 때가 내게도 오면 좋겠다. 호호호.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441번지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