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2015.09.17 06:33


어제 저녁 세종시 하늘 : 친구덕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맙소!!



오늘은 우리 집 유성으로 온천욕 하러 가는 날입니다.

새나라 어린이(일찍 자고 절대 깨우는 일 없이 일찍 일어나지요!) 정규(꽉 찬 6)와 현규(덜 찬 4)는 오늘도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안방으로 건너와 우리 부부를 깨웁니다. 늘 제일 괴로운 사람은 아침잠 많은 남편입니다. 더구나 오늘은 일요일이니 더 억울하겠네요.^^

 

간단히 아침 먹고 간식(사과나 귤, 구운 계란, 매실 액 정도죠!)을 챙겼습니다. 목욕탕에 가서 어떻게 놀지 계획을 세우는데 열중인 아이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12월 찬 새벽 공기가 다가와 몸을 움츠려 봅니다. 앞서 가는 삼부자도 같은 모습이네요^^

 

엄마 216번이예요. 할아버지 댁 가는 거, 아빠 회사도 가고~~”

아빠의 차창 밖으로 첫차가 보이자 현규가 소리칩니다.

현규는 대전 모든 시내버스가 216번입니다.

아니거든. 301번이잖아! 한의원 가는 버스야!”

아직 까막눈인 동생이건만 꼭 바로잡아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정규지요.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정규는 20분쯤 걸어 다니는 유치원을 오가며 지나가는 시내버스로 한글 공부도 하고 숫자 공부도 합니다.

 

멀리서 시시각각 작게 혹은 크게 변하며 다가오는 LED 버스이름표 읽기를 아주 재미있어 하지요. 자연스레 세 자리 숫자도 익히고, 한글 읽기 연습도 되더군요. 한글에 관심이 생기고부터는 세상에 적힌 글자(간판, 현수막, 이정표 등)는 꼭 한 번씩 읽어 봐야 하는 큰 아이이기에 버스 밖에 혹은 버스 안에 그려진 노선도를 그냥 지나쳐 버릴 리 없습니다. 정류장 한곳 한곳을 꼼꼼히 읽어 내리며 어려운 글자도 익히게 되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공부가 1년 가까이 쌓이니 정규의 커다란 재산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정규가 동화책도 잘 읽고, 가끔 저와 남편에게 사랑과 부탁의 편지도 써서 준답니다.

 

개운하게 온천욕을 하고 난 후 남편이 사무실에 가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시청 앞 216번 환승지에서 우리는 버스로 집에 가기로 했지요.

버스 타기를 좋아하는 현규가 신이 났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말기에 버스카드 대기와 벨 누르기를 좋아하지요^^

 

정차되어 있는 버스에 오르려니 또다시 현규가 신이 났습니다. 장애인용 버스였던 게지요. 턱이 낮아 오르기도 쉽고, 넓은데다 2인석에 엄마랑 나란히 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감사 합니다

환승입니다

하차입니다

 

따라 쟁이 현규는 버스 타는 내내 입이 쉴 새가 없습니다. 복수동 4살 중에 말 잘하기로는 당연 현규가 최고입니다.

 

엄마 우리 버스 타고 할머니 댁에 가요!”

지난주 김장하러 외가에 다녀오느라 할머니 댁에 못간 장손 정규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은가 봅니다.

 

어느새 버스는 우리 집을 지나쳐 시댁이 있는 관저동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는 분명 냉동실 대봉 홍시 4개를 아침부터 꺼내 놓으시고 저보다도 더 사랑 하실 꺼라 시는 두 손자를 기다리고 계시겠지요.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새벽 공기와 달리 따스한 아침 햇살이 차창으로 들어와 할머니 할아버지 품처럼 두 아이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2010. 어느 날에...



대중교통 체험수기공모 '장려상'도 받았네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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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