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2015.09.16 06:19

우리 아버님은 요리를 즐기신다. 정규는 할아버지가 끓인 '매운 국'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남편이 드디어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내 고품격 도자기 냄비가 박살났다. '펑'소리와 함께...

무 넣은 된장찌개를 한다고 우선 고기를 넣고 볶았다는데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바로 옆에서 끓던 계란찜도 버려야 했지만 참을만 했다. 


2년전 남편은 일에 학교에 애들에 지쳐 사는 내게 기꺼이 일요일 세 끼를 책임지겠노라고 자처한 사람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가끔만 도와주고 고맙다는 인사나 들을 것을..."

후회를 거듭하며 점점 늘어난 외식을 주체하기 힘들지경이 되었지만 나는 모른척 꿋꿋하다. 직장을 그만 두었는데도 말이다.


깨진 그릇을 치우고 나서 다른 그릇을 꺼내 요리를 시작하는 남편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연애시절 남편은 내게 요리를 딱 한번 해 준 적이 있다.  

달걀 프라이~ 그것도 색깔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후라이팬에 식초를 두르고 했다가 다시 해주는 센스가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호호.



남편이 어제 저녁에 한 백주부표 '묵은지 요리'이다. 

아들들은 식당에 온 거 같다며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었다. 일요일도 아닌데 교육을 갔다 일찍 돌아온 남편이 요리를 시작한 것이다.


또 그러나...

넘쳐 흐른 국물이 새까맣게 탄 가스렌지 주변이 눈에 거슬렸고, 산더미같은 설거지며 더러워진 바닥 물기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내고 말았다.


내 잘못이다. 돈 버는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난 매일 두 세가지 일정을 잡아 움직인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날카로운 송곳이 된다. 표독스럽기까지 하다.

글로 풀어 내는 능력이 없었다면 난 아마 살이 찢겨져 갈기갈기 버려졌을 것이다.



아들들도 요리를 시작했다. 나랑은 다른 아내를 맞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여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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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