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2015.09.15 06:17

1988. 12. 18.

 

아침에 집을 떠나 산에 왔다.

이곳에서 한 달 동안 공부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1월에 집에 가면 대학 갈 준비를 해봐야 겠다.

집을 떠나 여기 있으니 좀 더 원숙한 인격체가 된 기분이다.

 

인간은 욕심 때문에 희···락이 생기고 삶에 보람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평범한 욕심보다는 한 단계 높은 진리의 도()를 찾고자 한다.

 

남편이 일기장을 내 노트북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잠결에 들었던 거 같다.

일기장 찾아서 책상에 놨으니 한 번 읽어봐! 또 한 권이 있을 텐데 그건 아무리 찾아도 없네.”

 

내 이야기보따리가 떨어졌으니 이젠 남편 얘기를 시작해 볼까? 매일 블로그 올릴 글을 걱정하며 일찍 잠들어 버린 나를 위해 아이 글도 찾아줬으니 이번엔?? (어지간히 급하다. 이젠 남의 일기까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ㅠ)

 

놀랍다. 저리 긴 글도 쓸 줄 아는구나. 


알았어

먼저 자

나올래?”

간다

출발

 

남편은 세 글자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것도 내가 서너 마디 말을 붙여야 겨우 말이다.

 

어머니 살아계실 땐 어머니 만나면 남편 욕을 마구마구 했는데 이젠 할 곳이 없다.

어머니, 제가 어디 가서 이 사람 욕을 맘껏 하겠어요. 제 얼굴에 ×칠이지... 그러니 들으세요. 아셨지요?”

참 철이 없었다. 단 한번 맞장구도 없는 어머니였건만 난 늘 신나 떠들어 댔다. 이제야 철이 드니...



아침에 아이들이 입을 옷이 없다는 타박에 저녁에서야 세탁기를 돌려놓고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잠든 사이 우렁이 남편이 널어 놓은 빨래다. 

"빨래 너는 것은 시키지 마라. 난 못한다. 그 대신 개는 것은 할께. TV보면서."


처음 널어 놓은 빨래가 다 구겨져 있다.

탈탈 털어 쫙~펴서 널어야는데... 2%부족하다. 그래도 하트로 묶었다.

남편 욕은 항상 칭찬으로 끝이난다. 그래서 어머니도 참을만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난 다림질을 못하는데 큰일이다. 다시 헹궈서 털어 널어야겠다. 호호호.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