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독서2015.09.07 06:00

 

모든 꽃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모든 꽃이 장미처럼 되려고 애를 쓰거나 장미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실망해서도 안 된다. 나는 내 빛깔과 향기와 내 모습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나는 장미로 태어나지 않고 코스모스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면 가녀린 내 꽃대에 어울리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장점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욕심부리지 않는 순한 내 빛깔을 개성으로 삼는 일이 먼저이어야 한다. 남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내 모습, 내 연한 심성을 기다리며 찾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봉숭아꽃인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빛깔을 자기 몸속에 함께 지니고 싶어 내 꽃과 잎을 자기 손가락에 붉게 물들여 지니려 하지 않는가. 자기 손가락을 내 빛깔로 물들여놓고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할 만큼 장미는 사랑받고 있을까. 장미의 빛깔은 아름다우나 바라보기에 좋은 아름다움이지 봉숭아꽃처럼 꽃과 내가 하나 되도록 품어주는 아름다움은 아니지 않은가.

 

장미는 아름답다. 그 옆에 서 보고 싶고, 그 옆에 서서 장미 때문에 나도 더 황홀해지고 싶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시기심도 생기고 그가 장미처럼 태어났다는 걸 생각하면 은근히 질투도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좋은생각, p.52~54)

 

나는 무슨 꽃일까? 나는 무슨 꽃이고 싶을까?

 

장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니 우긴 적이 있다. ? 이쁘니까. 아니 예쁘다고들 하니까가 더 정답일 것이다. 그리 감흥이 없는데도 떠오르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늦총각이었던 남편은 연애시절 참 많이도 사다 날랐다. 아마 코칭 자가 있었던 듯하다. 호호.

 

선생님께선 나랑 내가 좋아하는 언니에게 나란히 두 권을 내미시며

헌책방에서 사온 책입니다. 선물입니다. 읽어 보세요. 도종환 선생님 시집을 사고 싶었는데......”

BRT타고 버스타고 대전까지 나가서 사오신 열 한권 책 속에 내 선물도 있었던 것이다.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신다 타박했었는데... 손만 까딱하면 당일배송인 세상인데 미련하다고도 했었는데...

 

선생님은 이 책을 읽으시며 우셨다고 하셨다. 내게 그런 감수성도 아직 남아있을까?

 

 

원예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는 최영애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식물이 성장하여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에 적산온도積算溫度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적산온도, 18세기의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레오뮈르가 발견한 법칙으로 생물이 단계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식물을 예로 들자면 싹을 틔우는 발아의 순간부터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순간까지의 누적된 일평균 온도를 말하는데, 토마토나 감자의 적산온도는 1,000, 벼는 2,500정도 된다고 한다. 똑같이 봄에 씨앗을 심어도 감자는 여름 장마 전에 수확을 마치고, 벼는 가을철에 추수하는 이유가 이 적산온도를 채우기 위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은 시험 성적이 좋고 좋은 회사에 가고 돈 잘 벌고 인기 있는 사람이 삶의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삶에서 반드시 꽃 피워야 할 자신만의 결실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사라지는 유성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길을 찾는 자들의 이정표가 되는 북극성이 되고 싶은가? 만약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면 그 빛을 가꾸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모든 생명마다 피워야 할 꽃과 맺어야 할 열매가 다르기에, 쌓아야 할 적산온도가 다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기도 다 다르다. 누군가는 빛이 나는 시기가 빨리 올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늦게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렵게 찾은 빛이 쉽게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길고 오래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자신이 쌓아온 시간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당장 자신의 빛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신이 자신만의 빛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하고 싶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꼭 찾아야 할 나만의 빛’, 나는 그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이야말로 다른 사람은 갖고 있지 않은 나의 가장 빛나는 모습이자, 충실히 적산온도를 쌓아서 내 생애에 꼭 맺어야 할 결실이다.

 

그래서 매력의 근본은 진심이 된다.

 

내가 발견하고 가꿔서 맺은 결실, 세상에 통하는 하나뿐인 나의 진심이 바로 매력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매력, 김 모란著).

 

 

계절에 따라 피는 꽃도 다르다. 어느 계절에 피는 꽃이 더 예쁘다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먼저 피었다고 자랑할 일도 못된다. 아직 피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그럼 나는?

 

아직 피지 않은 꽃이다. 여름은 이미 지났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싫다. 가을이 좋겠다.

코스모스? 국화? 그러고 보니 꽃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어허.

이번 가을이 아니어도 좋다. 난 가을에 꽃을 피우기로 했다.

색색이 물드는 단풍잎이어도 좋을 것이다.

난 세상에 좋은 에너지를 뿌리고 싶은 사람이니까. 하하하.

 

눈물이 나올랑 말랑....... 내 감수성은 아마도 학창시절 엿 바꿔먹었나 보다.

그래도 어제 하루 종일 가슴에 품었다 눈에 품었다행복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고맙습니다.

 

나의 진정한 매력은 뭘까? 만나면 알려주신다고 했는데 궁금타~^^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