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2015.09.05 06:00

초콜릿’, 내 삶의 몇 가지 추억을 끄집어 엮어 보겠다. 그게 드라마니까. 그 맛만큼이나 달콤하고 쌉쌀하다. 때론 콩닥거린다(난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도 못 마신다). 주머니에 몰래 아껴둔 500원짜리 동전 같다.

  

고운초 화단 사과나무 : 이쁘다. 그래서 뜬금없이 올린다.ㅋㅋ

 

어릴 적 농한기(農閑期)가 되면 아버지는 동네 구판장에 친구 분들과 모여 밤늦게까지 윷놀이나 화투를 하셨다.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집에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까만 봉지에 우리에게 줄 선물을 들고 계셨다. 매번 기다리다 잠들기 일수였지만 아침에 일어나 세 오누이가 아버지 주변을 살피는 보물찾기는 늘 설레었다. 20개짜리 크라운 산도12개짜리 오리온 초코파이가 그것이다. 물론 개수가 많은 쪽이 더 인기가 있었다. 하루 한 두개씩 사흘 내내 행복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추억이 깃든 간식이 내 아이에겐 깜짝 선물로 변신하지 못한다. 소풍을 가거나 캠핑가기 전날 가장 가까운 슈퍼에 들러 한 개씩 살 수 있는 게 전부이며 유일한 즐거움이다. 마트에서 세일한다고 미리 집에 사다 쌓아놓는 일은 애당초 없었다. 아는 게 힘이라지만 이 때 만큼은 병일수도. 그 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시절 나는 흰 우유를 못 마셨다. 비릿한 냄새가 역겨웠다.

학교까지 10리길을 걸어 다녔으니 늘 일찍 일어나 서둘러야 했다. 엄마가 아침은 챙겨주셨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허기졌다. 게다가 힐끗 본 반찬이 별로이면 늦었다는 핑계로 그냥 나오기도 했다. 그런 나를 생각해 아버지는 신발주머니에 보름달 빵도 살짝 넣어 주시고(우리아빠도 딸 바보셨나 보다), 학교에 딸기 ·초코 우유를 신청해 주셨다. 학교에 가다 보름달 빵을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빼앗기고 울면서 되돌아오기도 했다. 그런 날은 자전거로 데려다 주셨는데, 먼 등굣길을 혼자 다니는 것이 무척 안쓰러우셨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다 고아가 된다지만 지금 그 자상하던 아버지는 14년째 곁에 안 계신다.

가공우유(바나나맛 우유, 딸기, 초코, 커피우유 등)를 지금껏 딱 한번 먹어봤다는 큰 아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길래 한번 사줬던 기억이 있다. 입에 살살 녹아내리던 다디단 보름달 빵은 아직도 슈퍼에서 팔고 있을까? 그것도 딱 한번은 사줘야겠다. 살뜰한 외할아버지와 떠올릴 추억하나 간직하지 못한 우리 애들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온다. 나도 늙나 보다. 그래도 시아버님께서 손자들을 끔찍이 예뻐하시니 다행이다.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로 와서 흰 우유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쩐다. 생존은 적응하기 마련이다. 단짝이었던 정숙이는 매점에서 초코파이를 사서 내게 건넸다. 그 맛이란 게 환상의 조합이었다. 초코 우유 자체의 단맛보다 씹으면서 연하게 베어나는 (가공)초코릿의 달콤함에 금방 매료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은 우정이란 이름으로 3년 동안 오갔다. 때론 책상서랍에, 의자 위에, 체육복 사이에, 책가방에 몰래 메모를 해서 어릴 적 보물찾기 하듯 넣어 놓았다.

 

모의고사 잘 봐!”

오늘도 열심히!”

친구야, 고마워!”

파이팅!”

 

그러고 보니 ()’을 너무 많이 먹어 난 지방대에 갔나보다. ! 그 친구는 서울에 있는 대는 갔으니 그도 아닌 듯하다. 호호호.

 

대학에 들어가 첫 사랑 남자친구는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했다. 180센티미터에 깡마른 체격이었는데 투유 초콜릿 하나면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그래서 얼굴이 새까맸나? 아마도 부작용일 것이다(여보! 별 거 아니야. 잠깐. 아주 잠깐 만난 친구야. 알지? 사랑해요~~~^^).

 

고급스런 마카롱과 초콜릿이 즐비한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난 촌스럽게도 추억 속의 산도, 보름달 빵, 초코파이, 초코우유, 투유 초콜릿을 떠올렸다. 아련하고, 풋풋한 내 기억은 바래있었다. ‘서양 것은 무조건 좋고, 우리나라 것은 나쁘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가히 식품첨가물 전성시대다. 첨가물 옹호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첨가물 무해론첨가물 불가피론이다. 소량 무해논리와 대안이 없다는 논리다.

 

첨가물 불가피론은 경제성 측면에서 접근할 때 특히 설득력을 갖는다. 오늘날 문명국의 소비자들은 슈퍼의 식품코너에서 지갑을 열 때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 저렴한 가격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가공식품의 이와 같은 매력은 물론 대량생산에 의해 가능해진다. 대량생산을 위해 화학물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동의해야 하는가?

 

여기에 모순(矛盾)이 있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생각해 보자. 많은 첨가물들이 발암물질로 판정받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국 상원 영양특위의 보고를 보면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의 약 40 퍼센트는 식품 케미컬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그 뿐인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 호르몬과 면역시스템 교란, 만성독성 등의 문제로 인한 손실도 계산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식품첨가물 사용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가공식품 회사가 왜 첨가물 사용에 집착하는가? 간편하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향료를 쓰는 목적은 식품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인공조미료도 같은 목적이다. 또 식품의 먹음직스런 색상과 아름다운 외관은 합성색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란 점도 안다. 그리고 비스킷이나 빵을 입에 넣었을 때의 부드러운 감촉, 그것은 팽창제라는 화학물질 때문에 가능해진다. 또 유통기간을 늘려주기 위해 보존료(솔비톨)를 쓰고,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것을 막고 공장에서 제품이 기계에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화제를 쓴다.

 

그러면 꼭 이들 화학물질은 써야만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 의지와 소신만으로 얼마든지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유능한 목수일수록 못을 사용하지 않는다.

 

첨가물 무해론은 한 분자도 해롭다는 말로 종식 시킬 수 있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천재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화학물질의 인체 내 최소 반응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한 분자라면 피코그램보다 훨씬 더 작은 양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에 단 한 입자의 노출 one hit’에 의해서도, 한 개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국일미디어, p.239~244)

 

박시온 사장은 대안을 찾아냈다. 직접 만들고 가르치는 Chocolate Class를 운영하는 것이다. 모든 재료를 공개한다. 재료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하고 또 다시 모험한다.

 

 

식품업체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식품에 해로운 물질을 넣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일언반구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알 권리는 접어두더라도 억지 이론까지 서슴지 않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수제 초콜릿이란? 초콜릿의 원료에 대한 순수성이 지켜져야 한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의 주성분은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매스이다. 카카오의 중요 성분 중 하나인 카카오 버터(불포화 지방산)를 빼고 대용유지(정제 가공유지)를 사용(유사 초콜릿)해서는 안 되며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매스를 더한 함량이 일반적으로 70%이상이어야 한다.

 

좋은 카카오에서 비롯된 고유의 풍미를 가진, 고형분이 70%이상 함유된 초콜릿 원료가 장인(匠人)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다면 그 초콜릿을 수제 초콜릿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최고급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고급 초콜릿 원료를 사용한 초콜릿이라도 하더라도 최고의 기술이 아니라면 초콜릿은 전혀 다른 최악의 맛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의 템퍼링 작업에서 결정된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버터의 결정을 안정화 시키는 템퍼링 작업을 통해 초콜릿은 사람의 체온 이하에서는 고체 상태를 유지하고 사람의 체온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마법의 음식이 된다. 18세게 스웨덴의 위대한 생물학자 칼 폰 린네가 카카오의 학명을 테오브로마카카오(신의 음식)이라고 명명한 것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에 의해 만들어진 카카오의 열매는 어쩌면 신들의 세상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http://blog.naver.com/desdieux 참고)

 

쇼콜라티에는 재료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있지요!”

박시온 쉐프의 말이다. 좋은 재료를 알고 늘 찾아다닌다는 말이다.

시간 관리와 위생도 철저하다. 소신도 분명하다.

그렇게 탄생한 초콜릿과 마카롱이기에 가격이 다소 덜 착하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섯 개 먹일 거 제대로 한두 개만 먹여도 된다. 배불리 먹어 무엇하랴?”

 

 초콜릿은 15~20도씨, 수분 50%보다 낮게 유지하면 한 달동안 맛이 유지 되고 6개월이상 상하지 않는다.

무방부제라도 말이다. 단, 기술력과 위생이 철저히 보장된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면.

 

벽면 그림을 보라. 주문제작한 것이다. 가게 곳곳이 정성스럽다.

 

일여지심(一旅之心)...

당신을 응원합니다.

 

 http://chamstory.tistory.com/2077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