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2015.09.03 06:00

올해 둘째 아이까지 유치원에 보내 놓고 대단한 해방의 자유를 누리며 살 것 같았던 내가 집안 청소에 더 열을 올리니 남편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겁니다.

 

앞으로 얘들 크면 여유가 더 없어 질 거야. 얘들 유치원 끝나기 전까지 결혼 하고 처음 갖는 네 시간을 청소하는데 다 써버리지 마! 청소는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족해. 좀 더럽게 살더라도 네가 행복한 일을 찾아봐! 난 이미 매여 있는 몸이니깐 너라도 신명나는 일을 찾아서 나한테 기를 전해줘라. 대리 만족이라도 하게....... 네 용돈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매달 10만원씩 이체 시켜! 한 달 동안 이 돈은 아까워하지 않고 꼭 쓴다 생각하고 해 보고 싶었던 걸 배우던지 아님 쇼핑을 하던지 친구랑 맛있는 걸 사먹던지 해! 애들한테 쓰지 말고.......“

남편의 그 고마운 말에 한동안 고민이 생겼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편하긴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늘 깨끗이 치워진 방안에 엎어져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읽기가 제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어쩌다 빨래라도 하면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에 일이 끝나니 그도 힘들 때가 많았어요.

 

책이라고는 재테크 서적만 보는 남편에게서 내가 요즘 즐겨 보는 자기계발서 이야기가 튀어 나오다니 놀랍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행함에 언제나 이리저리 재기만 하다 이내 포기해 버리는 내 성격을 남편이 잘 알기에 찔러 보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일이 과연 뭘까?’

한비야 씨가 말하는 가슴 뛰는 일은 뭘까?’

이정숙 씨가 열정은 나를 춤추게 한다고 했는데 내 안에 숨어 있는 열정은 뭘까?’

 

그러면서 오전에 도서관이나 복지관, 구청에서 하는 여러 교양강좌를 신청해서 듣게 되었어요. 전문지식을 가진 자원봉사자 분들이 무료로 정말 좋은 교육을 제게 건네주더군요.

아이들 잘 키우는 일, 아이들과 소통 하는 법, 행복한 가정 꾸리는 법의 끝자락에 결국 내가 서 있더군요. 내가 먼저 행복해 지면 아이도 남편도 가정도 행복해 진다는군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사랑으로 바뀐대요.

 

그때 문득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표정이 생각났어요. 자신이 가진 남과 다른 장점을 정말 아낌없이 기쁘게 사랑으로 나누고 계시다고 생각했지요.

 

나도 내가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나눠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선 무지개 학교봉사가 한 달 남짓 지났습니다.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강의 할 책 한번 훑어보고 아침 준비를 합니다.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려면 정신없는 하루의 시작이지만 버스에 오르는 순간 출근하는 바쁜 시간 틈에 내가 서 있다는 짜릿함이 기쁩니다.

꿈을 가진 분들의 희망찬 시선을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조금 먼저 알게 된 내 지식을 잘난 체해도 미안해하시며 자신의 삶의 지혜와 흔쾌히 맞바꿔 주시는 어르신들의 아량이 고맙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여러 선생님들과의 인연이 더 없이 가슴 벅찬 일입니다.

 

우리도 소풍가요! : 보문야유회

 

이제 남편의 용돈은 제가 집을 나서며 필요해진 화장품으로 옷으로 밥값으로 바꾸어지고 있습니다.

 

행복을 기다리지 마세요. 지금 알아차리면 됩니다

 

성철스님의 말씀처럼 지금을 소중히 행복해 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곧 제가 열정을 불사를 가슴 뛰는 일이 눈앞에 나타나겠지요. 그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고 낚아채겠습니다.

무지개 학교라는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건 정말 행운입니다.

고맙습니다.

 

                                                         20115월에...

 

 

이 글은 무지개 학교(고입·대입 검정고시)’ 교지에 실린 글입니다. 남편은 단돈 몇 십 만원으로 제게 점수를 참 많이도 땄습니다. 지금 보니 적은 돈을 크게 쓸 줄 아는 남자네요! ㅋㅋ

 

지금은 그때 저렇게 멋있는 말을 진짜 했었나 싶어요.

삼일 내내 상가 집에서 늦게 들어오더니 오늘은 회식이라는 남편... 얼굴도 생각 안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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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