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문화2015.08.01 05:04

벨기에 서북쪽, 플랜더스 지방의 작은 마을 엔드워프에서 우유 배달이 끝나면, 넬로는 대성당으로 뛰어들곤 했어요. 파트라슈는 영문도 모르는 채 성당 뜰에서 기다려야 했지요. 넬로는 성당 문이 닫힐 때쯤에야 나와서는 안타깝게 중얼거렸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파트라슈. 하지만 오늘도 그걸 못 봤어······.”

넬로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나중에 커서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지요.

앤드워프 대성당엔 위대한 화가 루벤스의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중략)

파트라슈는 어둠 속에서 넬로를 핥았어요. 넬로가 눈을 뜰 때까지 핥고 또 핥았지요.

아아, 파트라슈······, 너였구나······.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었어······.”

그때예요. 쏘는 듯한 달빛이 제단 위의 그림을 비췄어요.

, 그림이 보여······, 덮개가 벗겨져 있네, 크리스마스이브니까······.”

넬로는 무릎을 꿇고 그림을 올려다봤어요.

구름이 달빛을 가려 사방이 다시 캄캄해지자 파트라슈를 꼭 끌어안고는 무너지듯 쓰러졌지요.

파트라슈, 난 이제 소원을 이뤘어. 이제 됐어, 파트라슈······.”

플란더스의 개 -위더 원작, <웅진다책>

예술은 사람들의 의식을 표현한 모든 것을 말한다. 구석기시대의 예술은 현대 예술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으나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조각품들과 동굴벽화, 기하학적 형태의 도구들은 주술적 또는 기원적 의미에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의 발달은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의식이 발달되어 예술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당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남기기도 했다. 원시미술형태인 빌렌도르프 비너스, 라스코 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은 인류의 유산을 만들어 내는 숭고한 일이다.

  바로크는 17세기 초에서 18세기 중엽까지 유럽 전체에서 유행하던 양식이었다. 바로크는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으로, 바로크 미술이 르네상스 미술의 균형과 조화를 불균형과 혼란으로 이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넬로가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1611~1614, 목판에 유채, 안트베르펀 성당>를 무척 보고 싶어 하다 죽음을 맞을 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그 그림 앞이었다. 어쩌면 죽음이란 문턱 앞에서 넬로는 그림을 보며 소원을 이루고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플란더스의 개작품속의 어리고 순수한 넬로는 알루아 아버지에게 외면당하고, 그림 대회 심사위원에게도 외면당하는 찌그러진 진주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당신도 그렇게 믿고 있군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진짜 모습이라고, 우리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세상은 사실 모두 착각이에요. 세상은 그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랍니다. 아인슈타인도 말했잖아요. E=mc²이라고.”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에너지뿐이고, 우리가 보는 모든 물리적 사물과 우리 신체마저도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죠. 우리는 에너지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어요. 인생의 모든 것도 결국 에너지고요. 아아, 겁먹지 말아요. 골치 아픈 과학이론을 들이대려는 건 아니니까. 우리 삶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잘 생각해봐요. 우리 주변에도 왠지 같이 있으면 기운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자꾸 우리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것 같은 사람이 있죠? 어떤 음식을 먹으면 속이 뿌듯하고 힘이 솟는데, 어떤 음식은 먹고 나도 더부룩하기만 하고 꾸벅꾸벅 잠만 오게 하죠. 모든 건 결국 에너지의 문제예요. 머릿속의 생각, 우리가 하는 말, 우리가 듣는 음악, 우리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 어디든 에너지가 있어요. 그걸 느끼죠.”

에너지 버스 p. 57~58 존고든 지음 <쌤앤 파커스>

 

피터 파울 루벤스(1577~1640)는 플랑드르의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가이다. 루벤스는 플랑드르 지역 외에도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에서 화가로 이름을 날렸고 외교관으로도 활동했는데, 화가로서는 드물게 명성과 행복을 누렸다. 루벤스는 고향인 안트베르펀에서 궁정화가로 일하면서 수많은 종교화를 그렸는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로 전 유럽에 명성이 퍼지게 되었다.

언제나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거나, 다른 존재와 어우러져 있다면 그 대상은 오직 파트라슈 뿐이었던 가난하고 외로운 넬로! 화가가 꿈이었던 넬로는 루벤스의 그림을 볼 때마다 그의 에너지를 느끼고 행복했던 게 아니었을까?

 

시와 그림의 조화가 함께 하기는 분명 어렵다. 하나의 완벽체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경지가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겸손함에서 나온다.

현대의 화두는 단연코 행복이다. well-being에 이어 wll-dying이 그러하고, 가족, 문화·예술이 더해지고 있다. 행복한 표정을 상상해 보았는가?

작가 이순구씨는 책 <웃는 얼굴> 첫 페이지에 가정의 웃음은 가장 아름다운 태양이다.’ 라는 새커리 말을 인용했다.

어느 날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아빠의 얼굴을 그려 줬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허연 이를 보이며 목젖을 드러내는 오늘의 웃는 얼굴이 탄생했다고 한다. 작가가 요즘 관심이 가는 단어는 고졸미(古拙美)이다. 기교 없이 예스럽고 소박한 맛이 드러나는 친근감을 두고 한 말이다. 천진한 웃음은 이것과 통한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만들고 발전시키지만 또 한쪽에서는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 맛 나는 물건들이 창제된다. 그런 것들이 시간에 의해 닳기도 하고 다듬어져 유형, 무형의 그 어떤 것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유무형의 사물과 정신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바로 고졸한 아름다움이다. 이 아름다움의 근거에 의한 순수한 웃음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앞서간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나 미학적 배경아래 보호받으며 나타나지만, 이 고졸한 미학은 들여다보면 주변에 언제나 있으며 발견되는 것이다. 이 발견은 본다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생활의 호흡과도 같은 것이지만 대상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야 가치를 아는 것이 된다.

그래서 그 가치를 알고 존재를 느끼며 생활의 호흡을 할 수 있는 가까운 공간을 찾았다. 이순구작가 전용갤러리인 갤러리 웃다(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2106(2F), http://cafe.naver.com/utda)’ 가 바로 그곳이다.

이혜숙(T. 070-8263-4312)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 마침 이희주 작가의 ‘Space. Memory. Present’ <2015. 2. 26~2015. 3. 11(14일간) 휴관일(매주 일요일)>이 열리고 있었다.

 

< 이희주의 ‘Space. Memory. Present’ 보도자료>

 

미술은 다양함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 내고 정리되어진 결과를 다시 해체시키는 행위를 통해 오늘을 표현하고 과거와 미래를 제시하기도 한다. 작품 앞에서 아니면 전시실이라는 공간에서 그도 어렵다면 미술관 앞에서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혼을 느끼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면 너무 억지스러운 것일까?

그림 읽기는 모르는 언어의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시각을 넓혀 줌으로써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여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것이니 어려울 게 없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니까.

. 백 순주

 

대표 이 혜숙씨 인터뷰

Q. 주로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지나다 갤러리에 들르시나요?

A. 아니요. 맘먹고 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웃음). 아직은 미술 감상은 어렵다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오가며 쉽게 들르시진 못해요. 그래서 커피 좋아하는 제가 바리스타 자격을 따서 GalleryCoffee라는 이름을 더했지요. 커피라도 드시러 올라오시라고요~

그리고 작은 소그룹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Q. ~ 그래요? 몹시 궁금한데 아무나 참여할 수 있나요?

A.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지요.

! ‘클래식 기타동아리는 약 30명 정도가 활동하는데 연습은 다른 곳에서 하시고, 셋째 주 수요일에 여기에 오셔서 작은 음악회를 하신답니다.

매주 수요일 930분에는 예닐곱 분들이 모여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지금은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을 나누고 있지요. 수놓기, 미술사, 미학수업도 겸하고 있으니 오셔서 시간을 맞춰 보시면 좋을 듯해요.

 

Q. 전시중인 이희주 작가님 작품소개 좀 잠깐 해주시겠어요?

우선 제목이 ‘Space. Memory. Present’ 인데요. 어떤 의미가 담겼지요?

A. 우선 둘러보세요. 작품에 제목이 없어요. 추상화니 그대로 느끼시면 되요.

재현· 묘사를 피하고 내면화해서 자기언어로 추상화 시켰지요. 공간제약, 껍질묘사를 없애고 안에 것만 표현했어요. 어렵지요?

21세기 미학,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질 들뢰즈 철학은 기관없는 실체를 강조하고 있어요. 저 작품을 보세요. 집이라는 공간에서 만약 거실이라고 상상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낮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고, 요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가족끼리 TV를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공간. 기억. 현재...^^

 

Q. 갤러리 전시일정 좀 알려주세요!

A. 우선 지금 전시중인 ‘Space. Memory. Present’전이 연장되고, 이어서 이순구작가 전시가 415일부터 열릴 예정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 가족이라는 주제로 기획 중에 있어요.

이 곳 이사님이시기도 한 이순구 작가(한남대학교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공주대에서 만화영상학을 전공하여 만화학 박사)는 여기서 1년에 한번만 전시를 하시고(지금은 제주 도립미술관에서 가족의 시간을 하고 계심), 나머지는 후배작가들에게 무료대관 해주고 있어요. 장소가 예쁘다고 부탁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서 1년에 2~3번 정도 유료기획전을 열기도 합니다.

 

Q. 일반인들도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혹 갖고 계신지요?

A. 수목원에 가서 좋은 공기 마시듯 미술관에서 무형의 무엇’(좋은 에너지, 좋은 기운)을 맘껏 쐬고 오면 되요. 돌아만 다녀도 좋아요. 욕심을 버리고, 작가의 를 느끼면 됩니다. 그 속에 시대의 고민, 자기의 고민을 미술적으로 승화시켰으니 내 지식이 아니라 그냥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느껴 보세요.

이것은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쓰라고 하지 말고 보게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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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