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독서2015.08.18 06:00

 

독일 아이들은 잠이 부족하지 않아  

독일은 버스에서 자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살짝 꾸벅거리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이들은 애나 어른이나 밤에 충분한 잠을 잔다. 잠을 줄여가며 뭔가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은 저녁 일곱시만 되면 대부분 잠자리에 든다. 한 여름에도 대여섯시만 되면 길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잠자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 아이들은 자정이 넘도록 공부해도 부족하다고 설명하면 놀라 자빠진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그럼 건강은 어떻게.......’이다. 이것도 독일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때 하던 이야기지 이제는 민망해서 이런 말을 꺼낼 수도 없다.

 

너희 반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있니?”

어느 날 문득 큰아이에게 고등학교 1학년 독일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니, 왜 잠을 자?”

잠 안자고 공부하는 아이들은 없단다(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무터킨더) 지음, 21세기북스

p.131).

 

멍 때릴 여유가 없다면 잠이라도 제대로 자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는 정보는 대부분 장기 기억에 저장된 내용이다.

 

해마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는 방금 마트에서 장을 봐온 물건과 같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을 떠올려보라. 바로 물건을 제자리에다 정리하지 않으면 집이 어수선해지고 정작 필요할 때 물건을 찾지 못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억저장 장치인 해마가 정리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해마에 저장된 새롭고 단편적인 기억이 오래 묵은 좋은 포도주로 탄생하려면 경험과 노하우를 간직한 신피질과 소통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 바로 해마와 신피질의 소통이 시작된다. 우리가 자는 동안 해마는 신피질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존의 지식과 통합시킨다. 그날 배운 것을 스스로 복습하며 필요한 정보는 관련된 회로로 전달하고, 필요 없는 정보는 삭제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해마는 저장된 기억을 필요에 따라 정리하고 정돈하는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 가운데 잠을 자는 동안 답을 찾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많다.

 

꿈에서 유레카를 발견한 사람들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는 벤젠의 화학구조를 밝히기 위해 여러 날 고심을 거듭했다. 실험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며칠간의 고민과 연구에 지쳐 낮잠이 든 어느 날 뱀이 제 꼬리를 무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잠을 깬 케쿨레는 꿈에서 본 뱀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뭘까? 한동안 생각에 잠긴 케쿨레는 직감적으로 벤젠의 화학구조와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모든 방향족 물질의 기본이 되는 벤젠은 여섯 개의 탄소원자가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신경세포는 신경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분비된 물질은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다른 세포의 활동을 돕는다. 지금은 신경세포가 이런 화학적 신호전달 체계를 가졌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1921년 전까지는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경전달물질의 존재를 입증한 독일의 과학자 오토 뢰비는 뇌간에서 심장으로 연결되는 미주신경에 심장 박동과 연관된 특정한 물질이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찾아내기 위해 무수한 실험과 고민을 거듭했으나 그 물질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깊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 뢰비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급하게 내용을 적어 내려간 뒤에 다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꿈을 적어 놓은 메모지를 발견했지만 잠결에 휘갈겨 쓴 글씨는 본인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날 밤 같은 꿈을 꾸고 또 다시 일어난 뢰비는, 꿈의 내용이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길로 실험실로 달려간 뢰비는 미주신경이 붙어 있는 개구리의 심장을 링거액에 담근 뒤에 미주신경을 자극했다. 얼마 후 개구리의 심장이 천천히 뛰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같은 링거액에 미주신경이 붙어 있지 않은 개구리의 심장을 담갔다. 그런데 미주신경이 제거된 개구리의 심장 역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미주신경을 자극해 나온 어떤 물질이 미주신경을 제거한 개구리의 심장 박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뢰비는 세계 최초로 신경전달물질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193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미주신경은 뇌간에 속하는 연수에서 나오는 제 10뇌신경으로 심장과 인두, 성대, 내장기관 등에 분포하며 부교감신경, 감각과 운동신경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 주인공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63개나 되는 원소주기율표로 우리를 꽤나 괴롭혔던 디미트리 멘델레예프교수. 학창 시절 해당 과목의 시험이 있는 교실은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각 원소의 앞자리만 따서 , , , , 이라고 중얼거리는 친구, 동요 산토끼의 음에 맞춰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소, 탄소를 부르는 친구도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화학자들에게는 대헌장과 같은 원소주기율표 역시 잠자는 도중에 발견되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의 화학과 교수였던 멘델레예프 교수는 63개 원소를 정렬할 일련의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원자량과 특성에 대해 진이 빠지도록 연구에 몰두했던 그가 지쳐 잠든 어느 날 모두의 예상대로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모든 원소가 조건에 맞게 정렬된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기율표다.

 

잠자는 동안 우리 두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멍 때릴 여유가 없다면 잠이라도 제대로 자야한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비요른 라슈 교수는 사람들에게 장미향을 맡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논렘수면(비안구급속동수면)에 들었을 때 다시 장미향을 피워주었더니 뇌의 복습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냄새를 맡기 전보다 훨씬 더 높은 기억력을 보였다. 특정한 냄새를 맡으며 학습하고 숙면을 취하는 동안 동일한 냄새를 맡으면 뇌의 복습 기능이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때려라!, 정신과 전문의 신 동원 지음).

 

수면 빚이란 최적의 각성과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보충해야 할 수면량이다.

윌리엄 디멘트박사는 <수면의 약속>에서 개인별 적정 수면량이 존재하고 적정 수면량 충족시 수면 빚으로 전환된다고 했다. 일정 시간 후 저절로 말소되지 않고 체내에 고스란히 축적되는 것이다.

 

졸음 -> 학습 및 업무능력감소 -> 호르몬 변화 -> 면역력 저하 -> 사망위험률 증가

 

그렇다면 당신은 자녀를 몇 시에 재우겠는가?

나는 오늘도 9시면 여지없이 모든 일을 멈추게 하고 아이들을 눕게 한다. 예외란 없다.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7시부터 아이를 심심하게 한다면... 좀 용서가 될까? ㅋㅋ

 

세종에 이사 와서 가끔씩 흔들리는 맘을 다시 추슬러야겠다.

Posted by 백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