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2015.08.05 06:26

"엄마! 여기로 와 보세요. 빨리요. 어서요!"

 

아침부터 큰 아이 숨이 넘어갈 듯합니다. 과학시간에 심었다는 옥수수를 방학이라고 가져올 때만 해도 가느다란 줄기하나가 지지대에 겨우 지탱해 있었습니다. 반쯤 잘라낸 페트병에 자리한 옥수수 이름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 할 뻔 했습니다. 거기에 생명이 돋아났습니다.

 

 

봉우리로 있던 장미가 꽃으로 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시계의 바늘이 움직여 시간이 가는 모습,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고속촬영해서 본다면 몇 초 안에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우주, 지구, 생물, 사회뿐만 아니라 잠깐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모든 사물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운동·변화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변화의 근본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사물 내부에 있습니다. 사물변화의 근본 원인은 '사물 내부에 있는 내적 모순'입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모순이란 한편으로는 상호 대립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통일되어 있는 두 사물의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공부는 자기 자신이 모르고 있음을 의식하고 동시에 이를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공부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의식과 이 무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공부란 자신의 무지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투쟁으로서, 자신의 무지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그것을 물리치고 어느 정도 학식을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이 투쟁을 통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게 하는 힘은, 상대방을 자기 존재의 전제로 하면서 서로 대립하는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의식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물은 잔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부를 살펴보면 두 대립물, 즉 응집력과 분산력이 서로 투쟁하면서 평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왜 죽는 것일까요? 사실 생명이란 죽음과의 투쟁입니다. 생명체라는 것은 생명과 죽음이라는 내적 모순입니다.

그렇다면 외적 원인은 사물의 변화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요? 달걀이 병아리로 변화하는 데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고, 연못에 돌을 던져야 물결이 일 듯 외적 원인은 "모든 사물은 상호 관련은 맺고 있다"라는 원칙이 나타내는 것처럼 사물의 변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2차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 변하는 근본 원인은 그 사물의 내부에 있는 내적 모순이며 외적 모순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적 모순은 변화의 근거이고 외적 원인은 내적 근거를 거쳐서 비로소 작용합니다. 이 점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철학 에세이 조성오 지음, 동녘 p. 65-93

 

 

논문이 남긴 했지만 대학원을 마치며 찾아온 쉼 공간에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재밌냐? 얼굴에서 빛이 나네 그려. 전공 바꿔가며 계속 다니면 되겠네~"

남편이 제게 되뇌곤 하는 말입니다.

앎이란 이런 묘미일까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논어>

공자님은 참 똑똑하십니다. 하하하

 

                                      비 내는 월악산 캠핑장에서 ...

       백 순주 드림

Posted by 백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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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립믈의 투쟁과 통일의 법칙....!
    물리학도가 풀어낸 자연의 법칙이 참 재미 있습니다.
    자연가학도로서 삶에 대한 새로운 안내와 풀이를 기대해 봅니다.

    2015.08.05 0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몇 장을 남겨놓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는 눈도 귀도 살아나는데 사회과학으로 접근한 부분은 영~ 어렵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왕 제게 불을 지피셨으니 이야기 할 시간도 좀 내주세요!

      깜짝 놀랐어요. 수정중이었는데 댓글이 올라와서요! 이런 열혈 독자님 덕분에 제가 잠을 못잡니다. ㅋ
      이 또한 고맙습니다. 호호호

      2015.08.05 06:49 신고 [ ADDR : EDIT/ DEL ]
  2. 그래서 공부(?)해 보자고 했군요 쌤~~~ 하하. 멋진 빽!!
    다른데 닮은 우리~~~ 싸릉하오~~

    2015.08.19 0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